탄소 감축 거래로 전기 오토바이를 반값에 파는 비결.
“승인 받았습니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의 말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감축팀 관계자는 거의 울먹이듯 소리를 내질렀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국제 감축’ 사업 첫 성공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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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받았습니다.”
김성우 베리워즈 대표의 말에 산업통상자원부 국제감축팀 관계자는 거의 울먹이듯 소리를 내질렀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국제 감축’ 사업 첫 성공 사례입니다.”
베리워즈가 캄보디아 정부와 탄소배출권 협력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게 지난 2월이고 오는 21일 드디어 공식 승인을 받고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7년 전 베리워즈가 캄보디아에서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성우 대표의 신념과 베팅이 성공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한국 정부는 ‘파리 기후 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2억9100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11.5%인 3750만 톤을 ‘국제 감축’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제 감축’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영역이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3개국과 협정을 맺고 8개국과 MOU를 체결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승인이 난 사업은 하나도 없었다. 베리워즈가 첫 사례다.
‘국제 감축 실적 거래(ITMO,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는 두 나라가 서로 감축실적을 주고 받는 걸 말한다.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 기업의 탄소 감축 실적을 인정해주면 한국의 감축 실적으로 잡을 수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1차로 인정한 감축 계획은 68만 톤 규모다. 아직 실적이 발생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발생할 실적을 미리 인정 받은 셈이다. 감축 실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베리워즈는 2035년까지 최대 580만 톤을 감축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국제 감축’ 거래,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국제 감축’ 거래는 배출권 거래와 다르다. 배출권이 기업 단위 거래라면 ‘국제 감축’은 국가 단위 거래다.
배출권은 주로 기업들이 감축 의무를 초과 달성해서 남는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다. 정부가 인증과 감독을 한다.
‘국제 감축’ 거래는 한 나라의 감축 실적을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절차다. 파리 협정 6.2조에 따라 엄격한 국제적 검증과 관리가 따른다.
A 나라의 B라는 기업이 C 나라에 가서 탄소 감축에 기여를 했다면 기본적으로 C 나라의 감축 실 적으로 잡힌다. 그런데 C 나라가 B 기업의 공헌을 평가해서 ‘국제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면 그 감축 실적을 A 나라 정부에 팔 수 있게 된다. C 나라에서 탄소 배출을 줄였지만 감축 실적은 A 나라가 챙기게 된다.

베리워즈의 5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캄보디아에 오토바이 팔러 간 게 아니었다.
김성우 대표는 원래 컨설턴트였다.
‘국제 감축’ 거래 시장이 뜰 거라고 보고 개발도상국에서 사업 기회를 찾다가 캄보디아를 선택했고 시장 조사를 하다 보니 전기 오토바이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더 많이 팔기는 어렵지만 캄보디아는 이제 막 뜨는 시장이다. 베트남은 인구 100명당 오토바이가 66대 정도 되는데 캄보디아는 이제 33대 수준이다. 두 배 이상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캄보디아에는 580만 대의 오토바이가 있다. 2050년 1250만 대까지 늘어날 거라고 보고 이 가운데 70% 전기 오토바이로 간다고 치면 870만 대 규모다.
“이 시장을 먹어야 한다.” 김성우 대표는 캄보디아에 오토바이를 팔러 간 게 아니라 ‘국제 감축’ 거래의 시장을 만들러 갔다.
전기 오토바이는 탄소 감축 효과를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다. 베리워즈의 지난 7년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었다.

둘째, 전기 오토바이 한 대가 탄소 배출 2.7톤을 줄인다.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는 한 번 충전하면 100km까지 갈 수 있다.
휘발유 오토바이는 1km에 29.4g의 연료를 쓰고 0.0000693gCO2/J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는 1km에 0.0299kWh의 전기를 쓴다.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는 0.384kgCO2/kWh다.
영업용 오토바이가 하루 100km를 주행한다고 치면 휘발유 오토바이는 3.2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전기 오토바이는 0.49톤 밖에 안 된다.
휘발유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교체하면 1년에 2.73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25km를 주행하는 출퇴근용 오토바이라면 연간 0.68톤을 줄일 수 있다.
셋째, 배터리를 빼고 멤버십으로 팔았다.
원래 전기 오토바이는 배터리 가격 비중이 큰데 베리워즈는 배터리를 빼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는 500달러짜리 배터리가 두 개 들어가는데 배터리를 빼고 팔면 오토바이 한 대 가격이 1600달러로 줄어든다.
휘발유 오토바이가 보통 2600달러 정도 하니까 1000달러 정도 싸다.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는 충전식이 아니라 교환식이다. 팝플(Pople)이라는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하면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해 준다. 멤버십 요금제는 60km 주행이 가능한 월 2달러 라이트 요금제부터 시작해서 360km 주행이 가능한 월 8.98달러 베이직 요금제, 무제한 교환이 가능한 월 48.9달러 프리미엄 요금제까지 나뉘어 있다.
베리워즈의 전기 오토바이는 혼다나 야마하 같은 일본 오토바이보다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은 높다는 평 가를 받는다.

넷째, “오토바이 8000대를 그냥 드리겠습니다.”
캄보디아 공무원들에게 8000대를 무상 지급하기로 한 게 승부수였다. 1600달러짜리 오토바이 8000대면 거의 200억 원 규모다.
일단 이 정도는 질러야 캄보디아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게다가 2년마다 새 오토바이로 바꿔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다섯 가지 계획이 있었다.
첫째, 무상 기증의 대가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부품을 보내고 현지 공장에서 조립을 했는데 관세를 물지 않았다.
둘째, 2년마다 오토바이를 교체해 주고 돌려 받은 오토바이는 리퍼비시로 만들어 좀 더 싸게 팔 수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신품이나 다를 바 없는 중고를 싸게 살 수 있으니 좋다.
셋째, 오토바이는 무료로 주지만 충전소는 정부가 비용을 대기 때문에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넷째, 공무원들이 타고 다니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
다섯째, 어차피 멤버십 요금으로 이익을 내는 구조다. 전기 오토바이를 최대한 빨리 많이 보급하는 ‘신의 한 수’였다.
애초에 오토바이 판매만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 모델이었다. 8000대 기증은 인프라 투자 성격이었지만 강력한 협상 수단이 됐다.
캄보디아 정부 입장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전기 오토바이 8000대를 공짜로 받는데 그 대가로 감축 실적을 인정해주는 건 돈 드는 일이 아니다.
베리워즈는 1차로 68만 톤의 감축 실적을 인정받았는데 2035년까지 최대 1100만 톤 규모로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있다.
다섯째, 오토바이 한 대에 40만 원 보조금 효과.
베리워즈가 캄보디아 정부에서 확보해 한국 산업자원부에 판매한 ‘국제 감축’ 실적은 40만 톤이다. 60억 원에 판매했으니 대략 1톤에 1만5000원 꼴이다.
전기 오토바이의 내구 연한을 10년이라고 치면 연간 3만5000km를 뛰는 오토바이 한 대가 10년 동안 대략 40만 원을 ‘국제 감축’ 거래로 돌려받게 된다는 이야기다.
안은금주 베리워즈 부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내년에는 톤당 5만 원까지 갈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5만 원이라면 오토바이 한 대에 130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는 계산이 된다.
‘국제 감축’ 거래가 사실상 정부 보조금과 같은 효과를 만든다. 베리워즈가 전기 오토바이를 반값에 공급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